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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경영

글쓰기 연습 - 처음엔 알리오올리오를 만들 생각이었다.

by 그리고고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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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도 리즈 시절

 

처음엔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생각이었다. 

지방 출장으로 맛집을 취재했다. 음식 사진이 필요해서 딱 1인분씩 시켰고, 그렇게 아홉 곳을 돌았다. 맛을 표현해야 했고, 나름의 선별도 있어야 했기에 조금씩 맛만 보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성 담은 손품 팔아서 마련한 리스트라 빛깔 좋고 맛난 음식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의 다짐을 뒤로하고, 정신 놓아 버리고 젓가락질하던 내가 하나 더 있었다.

문제는 다음 날 건강검진이 있었고, 검사 항목에 대장내시경도 있었다는 것이다. 출장 가서 먹었던 모든 것을 비워내야 한다는 얘기다. 조금 전까지 잘 먹고, 저녁 7시쯤 집에 도착했다. 이미 택배로 도착해 있던 가루를 차가운 물에 타서 마시고 1시간을 보냈다. 이후 2021년 한 해 동안 제일 많이, 제일 맛있게 먹었던 그 모든 것을 2021년 한 해 중 가장 제일 빠르게 내보냈다.

힘겹게 검진의 시간을 보내자 배가 고팠다. 왼쪽 손목에 걸쳐 있는 전자시계 속시침이 12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쓸데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문득 떠오른 것이 '알리오 올리오'였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국이 아닌 '알리오 올리오'를 먹는 내게 딱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과격하게 먹고, 과격하게 빼내고, 과격하게 흡입하면 내 소중한 위가 깜짝 놀랄 것 같아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했다. 오늘 저녁엔 '알리오 올리오'를 먹을 테니 지금은 부드러움에 만족하자며 나를 달랬다. 이후엔 가볍게 운동하고 러닝을 다녀와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편안하게 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행복한 디너를 생각하며 회사에서 어제 촬영한 사진을 나누고 배치하며 최대한 빨리 작업을 끝냈다. 은은한 조명이 주는 안락함을 느끼며 소파에 누웠다.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리고 슬라이스 마늘을 약한 불로 익힐 생각이었다. 고소한 향이 나면 페페론치노를 잘게 부숴서 뿌릴 생각이었다. 면이 익으면 다시다와 소스 약간 더하고 이미 삶아져 있을 스파게티 면을 넣을 생각이었다.

 

나는 스파게티면 찾아 찬장을 열었다. 그 안에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을 가득 담은 '팔도비빔이면'이 있었을 뿐이다. 허공에서 오른 손바닥이 주춤하다 내 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도비빔이면'을 꺼내버렸다. 융통성이 가득한 나는 무척 즉흥적이고 판단이 빠른 편이다. 그저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그리웠나 보다. 바로 팔도비빔이면 두 개를 꺼내 강한 불로 조리하기 시작했다.

 

물이 팔팔 끓고 있는 주방에만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격이 분주한 사람이라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눈을 돌려 거실에 걸려있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을 감상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아둔 작은 와인셀러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평온했고, 고요했다. 혼자였고, 재즈 음악이 있었다. 셀러의 투명한 유리 사이로 데일리 와인으로 즐기던 '패고 그 쉬라(Adega de Pegões Monocasts Syrah)'가 시야에 들어왔다.

포르투갈이 국내에 친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전 세계 와인 생산량 10위권 내에 드는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가다. 포르투갈 중북부를 가로지르며 스페인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내리는 도우루강 유역은 여름에 온도가 높고 겨울에는 혹한이 지속되는 기후를 가졌다. 도우루 강 계곡의 산허리는 편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흙이 거의 없는 가파른 산비탈로 척박한 토양이다. 하지만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포도재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분이 풍부해 푸석함이 덜한 석회질 토양과 대서양으로부터 오는 지중해성 기후의 조화 덕에 아데가 드 페고스(Adega de Pegoes)는 독특한 와이너리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곳이다.

 

비빔면을 차가운 물로 칠링하고, 와인셀러에서 칠링된 '페고스 쉬라'를 꺼냈다. 오프너로 살짝 차가워진 와인 코르크를 열어 입에 대고 병나발을 불었다. 깊은 루비색을 띤 미디엄 풀 바디감이 크리미한 질감으로 목뒤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검은 과실류의 쌈쌀함과 달콤함이 부담되지 않는다. 타이트한 타닌감은 오버되지 않고 적당한 떫음이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시가의 뉘앙스가 넓게 퍼진다. 포크로 비빔면을 휘감아 숟가락 위에 받치고 입에 넣었다.

조르바가 크레타섬에서 와인을 마셨다면 이런 맛이었을까? 처음엔 '알리오올리오'를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통상적인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만든 이 조합이 꽤나 즐거웠다. 규제 받지 않는 이 자유가 좋았다. 기분이 좋았고 런닝과 책읽는 것은 그만 두었다.

 

그럼에도 행복했다. 아 좋다~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을 올리브유에 빻아서 으깬 다음 뿌려서 만들며, 홍고춧가루를 흩뿌려서 먹기도 한다. 잘게 썬 파슬리를 위에 장식으로 뿌리면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같이 먹는 것은 매우 흔하나, 전통 조리법에 따르면 치즈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주로 해산물이 들어간다.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이탈리아어: Spaghetti aglio e olio)는 이탈리아 요리의 파스타 요리이다. 아브루초 주의 전통 요리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널리 먹는다.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는 삶는 법>
1. 냄비에 먼저 물1L정도 부어주세요. 물의 양이 너무 적게되면 면을 삶기 힘들다.  1L정도 넉넉한 양에 삶는 게 좋다.  18cm이상의 냄비를 사용하시는 것이 면을 고루 익히기에 적합하다.

2. 올리브유와 소금을 넣고, 요리할 때 소금을 넣어 면에도 간이 되어있어야 한결 맛의 밸런스가 좋다.  올리브유로 풍미와 윤기도 더하면 더 좋다.

3. 면을 딱 손으로 잡고! 냄비 중앙에서 탁~ 놓으면 스파게티 면이 골고루 퍼져 냄비에 들어가게 된다. 뭉치지 아니하고 삶게 되니 탁 놓을 수 있도록 하고, 강불에서 끓이는 것이 좋다.

4. 면이 완전히 냄비에 들어갈 때 까지 한번씩 저어주시고, 각 제품의 뒷면, 권장시간을 참고해 주는 게 가장 좋다. 평균은 5분인데 끓는 물에 따라 다르므로 제조사의 권장 시간을 참고하는 게 좋다. 

5. 다 익은 스파게티 면은 차가운물에 헹구지 않고 그냥 사용하시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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